세계청년대회 소식
[독자마당] 십자가의 빛과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지난 7월 29일 오후 8시, 수원교구 성라자로마을에서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D-365를 기념하는 묵주기도 운동 ‘로프업’ 행사가 있었다. 묵주기도를 바치며 성모동산까지 가는 길엔 점점 어둠이 짙게 내리고 온몸은 땀범벅이 되었다. 하지만 다 함께 울려 퍼지는 기도 소리로 마음만은 잔잔한 감동으로 가득 차올랐다.
성모동산에는 성인 세 분의 유해가 제대에 모셔져 있었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성 가롤로(카를로) 아쿠티스의 유해 앞에서 봉헌된 미사는 1년 뒤 열릴 WYD를 위해 수원교구의 각 성당과 성지로 순례를 향하는 첫걸음이었다. 묵주기도를 바치고 미사를 봉헌하며 우리는 청년들의 믿음과 평화, 그리고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한마음으로 기도했다.
집으로 돌아온 늦은 밤, 하늘에 떠 있는 달을 바라보다가 우연히 달빛 사이로 십자가를 연상시키는 빛의 모습을 보게 됐다. 그것이 자연현상이었는지, 빛의 굴절이었는지는 잘 모르지만 중요하지 않았다.
놀라운 현상이 눈앞에 펼쳐지는 그 순간 내게는 하루 동안의 기도가 다시 떠오르며, 하느님께서 “함께 걸어가자”고 초대하시는 듯한 깊은 평화를 느꼈다. 십자가의 빛은 10초 정도 짙어지다가 사라지기를 대여섯 차례 반복했다.
WYD는 일반적 국제 행사가 아니라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지닌 젊은이들이 복음 안에서 하나가 되어 희망을 나누는 순례이며, 교회가 다음 세대와 함께 미래를 열어 가는 신앙의 여정이다. 올해 3월 25일부터 4월 22일까지 수원교구에서 이어졌던 WYD 십자가와 성모 성화 순례에 이어 이번 성인 유해 순례 역시 성인들의 삶을 따라 우리 자신의 삶의 여정을 새롭게 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사진을 찍는 사람으로서 나는 빛을 기록하지만 신앙은 그 빛의 의미를 깨닫게 해 준다. 신앙 안에서 바라보는 빛은 단순한 밝음이 아니라 우리를 하느님께 이끄는 희망의 표지이기도 하다. 그날 밤 달빛과 함께 보여주신 십자가는 앞으로의 여정을 기도로 준비하며 그리스도의 빛을 따라 걷는 순례자가 되라는 하느님의 조용한 초대로 다가왔고, 나는 그 초대를 가슴 깊이 새기며 내게 주어진 순례의 걸음을 힘차게 다시 내딛기로 했다.
글 _ 김경은 율리아나(수원교구 성남 서판교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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