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2025.11.1-11.22

우리의 시작 앞에서
인도네시아로 떠나기 전, 우리 마음에는 설렘보다 조심스러움이 먼저 자리했습니다. 가톨릭 신자가 소수인 이 땅에
십자가와 성모 성화를 모시고 간다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낯설고 부담스러운 일로 여겨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순례는 무엇을 보여주거나 설명하기보다, 하느님께서 이미 이곳에서 어떻게 일하고 계신지를
조용히 바라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우리가 앞에 서기보다 한 걸음 물러서서,
십자가와 성모 성화가 직접 사람들의 마음에 말을 걸 수 있도록 기도하며 길을 나섰습니다.

함께 걸은 우리의 순례 일정
우리는 자카르타에서 역대 WYD 참가자들의 모임에 함께했습니다. 이들은 각자 소중히 간직해 온 역대 WYD 티셔츠를 꺼내 입고 모임에 참여했는데, 그 모습은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청년들은 지난 세계청년대회의 경험을 깊은 신앙으로 간직한 채, 각자의 일상 속에서 살아내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은 통해 우리는 WYD가 한 번의 행사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 계속 이어지는 순례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자카르타에서 만난 그 청년들은 과거의 추억을 현재의 신앙으로 살아내며 순례의 의미를 조용히 증언하고 있었습니다.


십자가 순례를 준비하며, 우리는 WYD십자가가 통관 과정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마침내 WYD 십자가와 성모 성화가 성당에 모셔진 순간, 성당이 공간의 한계를 넘어, 공동체 모두를 하나로 이어주고 있음을 눈으로 체험했습니다. 성당과 학교 강당에서 신자들이 십자가 앞에 오래 머물며 보인 침묵은 말보다 깊은 기도로 제 마음에 남았습니다.

그 앞에서 우리는 전하는 사람이 아니라, 먼저 머물고 배우는 순례자가 되어야 함을 깨달았습니다.
수많은 청년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며, 이 십자가가 이미 그들의 삶 한가운데 머물고 있음을 확신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이 체험은 WYD가 단순한 미래의 행사가 아니라, 지금 이곳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음을 우리에게 분명히 일깨워 주었습니다.

우리를 만난 현지 청년들의 이야기


WYD 십자가와 이콘이 처음으로 인도네시아에 도착한 것은 우리 청년들에게 큰 기쁨이자 은총의 순간이었습니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모든 과정을 기도로 하느님께 맡겼고, 그 안에서 길이 열렸습니다.
한국 봉사자들의 헌신과 증언은 우리에게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향한 새로운 열정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 순례를 통해 우리는 그리스도의 희생과 청년들을 향한 하느님의 사랑을 더욱 깊이 체험했습니다.
(자카르타 지구 / Nathan)
WYD 십자가와 이콘을 직접 마주할 수 있었던 것은 제게 큰 축복이었습니다.
고등학교 강당에 모인 인도네시아 청년들 모두가 깊은 감동을 함께 나누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온 루카 신부님과 아녜스, 보나, 율리아나를 만난 시간은 이번 여정의 가장 특별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들의 신앙은 제 안의 열정을 다시 일깨워 주었고,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에서 다시 만나기를 희망합니다.
(자카르타 지구 / Audrey)
우리가 함께 만드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WYD 십자가와 이콘이 자카르타 대성당과 가톨릭 대학 행사장을 방문할 때마다
청년들은 직접 참여해 기도와 묵상의 시간을 가졌고, 그 경험을 SNS를 통해 공동체 안에서 나누었습니다.
이번 방문을 계기로 현지 교구 청년들은 자카르타 한인 성당 교우들과의 첫 만남을 준비하고 있으며,
한국 봉사자들을 매개로 신앙 안에서의 교류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이 만남은 교구 청년들과 한인 공동체가 함께 세계청년대회를 준비해 나가는 첫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앞으로 정기적인 기도와 나눔을 통해 서울 WYD를 향한 영적 준비를 이어가고,
한국 방문을 염두에 둔 참여 논의도 점차 구체화해 나갈 계획입니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부터 공동체로서 마음과 신앙을 모으며,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향해 함께 걸어가고 있습니다.
(자카르타 지구 / Nathan & Audrey)
글·사진: 김서연 아녜스, 조혜수 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