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2025.9.2-10.20

우리의 시작 앞에서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앞두고 십자가와 성모 성화와 함께 태국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국민이 불교 신자로 이루어진 태국에는 오직 소수의 가톨릭 신자들이 있습니다.
그들을 만나러 간다고 생각하니 같은 신앙을 서로 다른 언어로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 궁금하고 설레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느님을 따르고 예수님을 닮아가려 노력하며 살아가는 청년들이 함께 모여 사랑을 나누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는 시간이 될 것이라 기대하였습니다.


함께 걸은 우리의 순례 일정
우리 일행은 비타야라이(Vittayalai) 학교에서 열린 캠프에 초대되었습니다.
약 350명의 청소년·청년들이 참여했으며, 35명의 성직자와 45명의 청년 봉사자들이 함께한 자리였습니다.


WYD 십자가와 성모 성화 그리고 성 카를로 아쿠티스 상을 앞세운 신자들의 행렬로 개막 미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어진 교리 강의와 바닷길을 따라 진행된 활동까지 모든 이들이 진지한 눈빛으로 참여하는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캠프 일정 중 우리는 십자가를 짊어지고 성전 안으로 모시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한복을 입고 태국 땅에서 십자가를 받쳐 들고 걷고 있자니, 마치 주님과 함께 호흡하는 살아있는 여정 속에 서 있는 듯했습니다.

또한 떼제 예식에서 WYD 십자가를 십자가 경배 예식에 쓰는 모습을 보고 놀랐습니다. 십자가를 단지 바라보는 대상이 아니라 모두의 손길이 닿는 살아있는 신앙의 표지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순간 우리에게 십자가는 더 이상 유물이 아니라, 가장 낮은 곳에서 우리의 거칠고 어린 손길을 받아주시는 주님의 몸으로 다가왔습니다.

마지막 날 공연 시간에, 우리는 첫날 보여주지 못해 아쉬움으로 남았던 춤을 선보였습니다. 비록 전문 댄서처럼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진심 어린 환호와 박수 속에 무대를 마치게 해준 태국 친구들에게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이번 순례에서 십자가라는 거울을 통해 우리의 연약함을 마주하고, 그 연약함조차 도구로 쓰시는 주님과 깊이 만난 시간이었습니다. 십자가의 그 울퉁불퉁한 결마다 새겨진 주님의 사랑이, 이제는 제 삶의 새로운 용기가 되어 앞으로의 여정을 밝혀줄 것임을 믿습니다.
우리를 만난 현지 청년들의 이야기
순례의 첫날부터 태국 청년들의 뜨거운 신앙과 주님을 향한 사랑을 깊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언어 장벽으로 인해 미사와 프로그램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답답함도 있었습니다.
첫날 미사 중에 알아듣지 못한 채 홀로 기도하던 제게, 성가대 봉사자 (몬티라 유니 호카자로앤)가 다가와 서툰 영어로 주교님의 강론을 통역해 주었습니다. 완벽하지 않은 언어였지만, 그 안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생생히 들을 수 있었고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부족하다고 주저하지 말자.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주님을 위해 봉사한다면, 나머지는 하느님께서 채워주신다.’


우리가 함께 만드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태국 주교회에서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에 더 많은 태국 청년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최근 발표된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공식 기도문’의 영문 버전을 전달받아 태국어로 번역하고
이를 태국 각 교구에 전달하는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또한 태국 주교회 소속 약 여덟 분의 신부님들께서 서울을 방문해 새남터 성지에서 미사를 함께 거행하고,
명동성당에 위치한 WYD 조직 위원회를 방문하여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에 대한 설명을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러한 만남을 통해 더 많은 태국 가톨릭 청년들이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는
다양한 방안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방콕 대교구 / Sirikanya·데레사)
글·사진: 김태윤 안토니오, 양혜경 마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