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2025.3.27-4.6

우리의 시작 앞에서
누군가에게는 낯선 방글라데시, 게다가 출국 일주일 전이라는 갑작스러운 부름이었지만
저에게는 오히려 그 점이 운명처럼 다가왔습니다.
"내가 아니라면 누가 이 길을 갈 수 있을까"라는 마음이 두려움을 앞섰기 때문입니다.
이슬람이 국교인 나라에 십자가와 성모성화를 모시고 가는 여정은 반입조차 불투명한 모험이었으나,
모든 일이 쉽고 편하기만하다면 그것은 진정한 순례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불안한 마음이 들 때마다 저를 다잡아준 것은 "너의 모든 쓰임은 하느님의 뜻이니 걱정하지 마라"라는 어머니의 말씀이었습니다.
힘든 순간마다 하느님께서 함께하실 거라는 믿음을 새기자 비로소 용기가 생겼습니다. 세계의 청년들과 만나며
우리가 가진 신앙의 가치를 나누고, 십자가의 위로를 전하는 도구가 되겠다는 각오로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비록 앞날은 예측할 수 없었지만, 하느님이 예비하신 길 위에서 진정한 나를 마주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함께 걸은 우리의 순례 일정
직항 없는 12시간의 비행과 3시간의 비자 실랑이 끝에 마주한 방글라데시는 입국부터가 고행이었습니다.
자정을 넘겨 도착한 다카는 수시로 전기가 끊겼고, 28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서 매시간 땀에 젖어 잠을 깨야 했습니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저는 10일 내내 심한 물갈이를 앓고 있었습니다. 정신없이 일정을 소화하느라 귀국 직전에야 통증을 느꼈고
몸무게는 4kg이나 빠져 있었지만, 그 고단함은 현지 청년들의 미소를 마주하는 순간마다 기쁨으로 바뀌었습니다.


방글라데시 최대 규모인 로사리오 성당은 이번 순례의 안식처였습니다. 이곳에서 미사를 드리고 2027 서울 WYD를 홍보하며 나눈 대화들은 신앙 안에서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었습니다. 특히 성당을 나서 기숙사 학교와 장애인 병원으로 이어졌던 십자가 행렬은 잊지 못할 기억입니다. 이슬람 국가에서 소수자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WYD 십자가는 단순한 상징을 넘어 '기대어 쉴 수 있는 쉼터'였습니다.

십자가와 성모성화 앞에 방글라데시 전통 방식으로 경건하게 인사하던 신자들의 모습은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한복을 입은 저를 환대하며 꽃잎을 뿌려주던 아이들의 맑은 눈빛은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허물기에 충분했습니다.
몸은 비록 힘들었지만 마음만은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10일이었습니다.
2027년 서울 WYD에서 환한 미소로 다시 만날 그날을 기대하며, 기적 같았던 순례를 마칩니다.


우리를 만난 현지 청년들의 이야기

십자가 순례에 참여하며 깊은 감동을 받았고, 영적으로 더욱 단단해지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함께 기도하며 걷는 시간은 희생과 신앙, 그리고 인내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해주었습니다.
육체적, 감정적으로는 힘든 과정이었지만, 같은 목적과 신념을 공유하는 이들과 하나 됨을 느꼈기에
큰 위로를 얻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언어와 문화의 장벽에도 불구하고 한국 청년들이 보여준 따뜻하고 친절한 환대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소박한 대화와 미소, 그리고 기도를 나누며 신앙이 언어를 초월하여 사람들을 연결해 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들의 열정과 진실함은 제 마음에 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마리아 대건 안드레아 수녀 / Sister Maria Taegon Andrea)
우리가 함께 만드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방글라데시 현지에서 만난 청년들과 교회 지도자들은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에 대해 놀라울 정도의 뜨거운 관심을 보였습니다.
특히 선교사 없이 자생적으로 신앙을 받아들인 한국 천주교의 초기 역사와 순교자들의 이야기는 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이는 한국 방문에 대한 열망으로 이어졌습니다.
현지 교구에서는 서울 WYD 조직위에서 준비한 ‘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 워크북을 활용해
청년들을 영적으로 양성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현지 교회 지도자들은 지리적 이점 덕분에 유럽이나 아메리카 대륙에서 열렸던 이전 대회들보다
더 많은 인원이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다만, 열악한 경제 상황으로 인해 서울 WYD 조직위 차원의 실질적인 후원과 경제적 지원에 대한 문의도 이어졌습니다.
방글라데시 교회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서울 WYD를 향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으며,
한국과의 신앙적 교류를 통해 현지 젊은이들이 새롭게 깨어나기를 간절히 고대하고 있습니다.

글·사진 : 박준성 야고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