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모르
2025.8.23-8.30

우리의 시작 앞에서
(김현경 로사리아) 인도네시아와 호주 사이의 작은 나라 동티모르로 WYD 상징물 순례자로 선발되었을 때,
그곳은 저에게 낯선 땅이었습니다. 그러나 사전 모임을 통해 알게 된 동티모르는 제 마음을 낯섦에서 설렘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법보다 신앙이 우위에 있는 낭만적인 곳"이라는 신부님의 말씀은, 세상이 아닌 오직 하느님의 사랑을 삶의 중심에 두는 사람들에 대한 궁금함을 더 깊게 만들었습니다.
(임수진 요셉피나) 순례자로 선발된 순간부터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순례길에 무엇을 챙겨가면 그들의 삶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생각하였는데, 동행하신 신부님께선 “묵주를 가져가면 좋다.”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 말씀처럼, 제가 준비해야 하는 것은 오로지 ‘기도’임을 깨달았습니다. 이 순례는 그렇게 기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함께 걸은 우리의 순례 일정
동티모르 도착과 동시에 저희는 큰 환영을 받았던 공항에서부터 ‘Dili(딜리)’ 대성당까지 십자가와 성모 성화를 모시고
묵주기도를 바치며 도보순례를 했습니다.


평소라면 차량이 다녔을 길을 통제하고, 상징물을 따라 기도하며 그 길 위를 걷는 사람들의 행렬은 점점 길어졌습니다. 십자가만 바라보며 걷던 저는 문득 일행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휴대전화는 터지지 않았고, 주변엔 온통 낯선 동티모르 사람들뿐이라 불안과 두려움이 밀려왔습니다. 그때 몇몇 동티모르 분들이 제 손을 잡고 미소 지으며 함께 기도하자고 격려해 주셨습니다. 그 따뜻한 손길로 마음을 안정시킨 후 다시 앞을 보니 십자가와 성모 성화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래, 나는 십자가를 바라보며 걷고 있었지. 그리고 이 길을 이들과 함께 걷기 위해 이곳에 왔어.’ 그 순간 마음은 평안해졌고, 성당에 도착할 때까지 더 이상 두렵지 않았습니다.


순례 여정에서 마주한 모든 길과 사람들을 기억합니다. 십자가와 성화가 함께한 길 위에서 사람들은 무릎을 꿇어 경배했고,
손을 흔들었으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바라보았습니다. 그 모습은 단순한 환영을 넘어, 그들의 진실한 사랑과 신앙 고백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들에게 신앙은 단지 믿는 것이 아니라 삶으로 살아내는 것이었고, 하느님의 사랑은 말이 아닌 삶 그 자체였습니다.
비록 동티모르 순례는 과거의 기억이 되었지만, WYD 십자가와 성모 성화를 따라 함께 걸었던 그 길은 지금도 저희의 삶에,
그리고 2027 서울 WYD 여정 안에서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를 만난 현지 청년들의 이야기


저에게 있어 WYD 십자가와 성모 성화는 단순한 종교적 상징 그 이상입니다.
두 상징물은 그리스도교 전통, 특히 이곳 동티모르 가톨릭 영성의 살아있는 심장입니다.
저는 성모 성화를 진실되고 깊이 있게 마주하여 제 삶에서 큰 은총을 받았습니다.
성화의 현존을 통해 저는 어떻게 성모님의 거룩한 삶을 본받을 수 있는지 배웠습니다.
이 경험은 청년으로서 저의 신앙을 굳건하게 해주었고, 더 깊은 희망을 품게 해주었습니다.
또한 하느님께 더 가까이 다가가는 길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제 저는 하느님에 대해 진실하게 증언하고,
예수 그리스도와 우리의 어머니이신 성모님을 통해 저의 신앙 안에서 성장해 나가라는 부르심을 느낍니다.
(Bonifácio Lima Marçal Ka)
저는 십자가와 성모 성화를 바라볼 때마다,
그것이 제 깊은 내면의 감정과 영적 유대감을 되찾아주는 매우 강력한 신앙의 상징처럼 느껴졌습니다.
또한 고난에 맞설 수 있도록 제 신앙을 굳건하게 해주었고,
어떻게 화해를 받아들이고 제 삶의 순례길에서 복음의 살아있는 증인이 될 수 있는지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저에게 십자가는 우리의 희망이신 그리스도의 희생과 부활을 상기시켜 주며,
성모 성화는 사람들을 예수님께로 더 가까이 이끌어주고 위로와 힘을 주시는 보호자이신 어머니를 보여줍니다.
이 두 상징물은 제가 예수님과 성모님의 현존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Remizia Da Silva Gouveia Leite)
우리가 함께 만드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동티모르 교구는 2027 서울 WYD를 향한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특히 2025년 로마 희년 행사에 참여했던 청년 그룹 ‘Sinodal(시노달)’을 중심으로, 동티모르 청년들이 2027 서울 WYD를 위한 영적 준비를 하고 있으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복음의 기쁨을 나누려는 이들의 의지는 어느 누구보다 확고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경제적 자립도가 낮은 국가라는 현실은 청년들에게 큰 장벽입니다. 아시아의 젊은 교회인 동티모르의 신앙 열정이 서울에서 온전히 꽃피울 수 있도록, 이들의 발걸음을 뒷받침해 줄 따뜻한 관심이 절실히 필요해 보입니다.
글·사진: 김현경 로사리아, 임수진 요셉피나